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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8 중앙일보] "나물·김치에 소시지 반찬…박정희 밥상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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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가는 매운 음식보다 짜고 칼칼한 음식을 좋아하셨어요.”


1966년부터 16년간 청와대 조리사로 활약했던 손성실(73·사진)씨는 1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입맛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반찬 중엔 된장과 고추장을 반반 섞어 비빈 비름나물을 즐겼다. 고소한 생선전, 도시락 반찬이던 소시지도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손씨는 “새마을운동 때문에 현장을 많이 나가서 막걸리가 포함된 대통령 새참상을 따로 만들었다”며 “이럴 때면 막사(막걸리·사이다)와 비막(맥주·막걸리)용 사이다와 맥주를 꼭 챙겼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즐겨 먹던 음식만 모은 ‘박정희 대통령 테마 밥상’이 차려졌다. 손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가 손잡고 복원했다. 구미시는 이달 초 이 밥상 메뉴를 지역 대표 음식으로 지정했다.
 
구미시와 손씨는 2014년 5월부터 4000여만원을 들여 대통령 밥상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8월 메뉴와 레시피를 완성했다. 이후 공모를 통해 구미시의 식당을 선정, 레시피 등을 전수해 시민들에게 두 가지 밥상 메뉴를 시범 판매하고 있다. 박수연(58) 구미시 위생과 과장은 “울산의 고래밥상처럼 구미의 지역 대표 음식을 찾던 중 박 전 대통령 테마 밥상을 생각했고 손씨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 밥상은 상차림에 따라 네 가지 밥상, 두 가지 도시락으로 나뉜다. 반찬 수로는 모두 5첩 반상 이상이다. 하지만 식재료는 고기·생선 위주가 아니라 나물·김치 위주다. 서민적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첫째가 통일미 밥상이다. 통일미는 70년대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정부가 서민 식탁에 흰쌀밥을 올린다는 목표로 대량 생산한 벼 품종이다. 이 밥상은 통일미로 지은 쌀밥에다 북엇국·명란젓·오이소박이 등으로 채워진다.
 
둘째가 이름처럼 검소한 보릿고개 밥상이다. 보리밥에 된장찌개·고등어통감자조림·열무김치·비름나물·두부전·콩나물무침이 차림의 전부다. 이 두 밥상은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내 저녁 식사용이었다. 음식 간이 짭짤하다.

70년대 정부는 혼·분식을 권장했다. 박 전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주로 분식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혼·분식 밥상이 나온 배경이다. 쌀밥 대신 조개 칼국수가 올라가는 게 특징이다. 청와대 조리실이 만들었다는 새참상이 네 번째 밥상이다. 비빔국수와 막걸리·해물파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통령의 도시락은 두 가지로 구분돼 있다. 70년대 초반의 초창기 도시락은 양은도시락 통에 김밥과 멸치볶음 등을 담았다. 고속 성장기였던 70년대 중·후반 발전기 도시락은 플라스틱 찬합에 쌀보리밥과 멸치볶음·계란말이 등으로 이뤄졌다.

구미시는 하반기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구미시 상모동) 옆에 ‘박정희 대통령 테마 밥상 전문점’을 낼 계획이다. 9월로 예정된 제9회 경북식품박람회에도 지역 대표 음식으로 대통령 밥상을 출시할 예정이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내년이 박 전 대통령 탄신 100주년인데 이에 맞춰 구미의 대표 음식이 된 대통령 밥상을 더 많은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알릴 방침”이라고 말했다.